지난 10여 년 동안 전기차(EV)와 재생에너지 확대는 전 세계 전력·모빌리티 시스템의 패러다임을 바꿔 놓았다. 그 중심에 있는 리튬이온배터리(LIB)는 에너지 저장의 표준으로 자리 잡았고, 생산능력은 지역별로 수백 GWh에서 수 TWh급으로 증설되고 있다. 이처럼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신규 생산은 곧바로 제조 스크랩을 대량으로 만들어내며, 1세대·2세대 EV가 교체 시점에 들어서는 향 후 10년 구간에는 수명종료(EOL) 배터리가 단계적으로 본격 유입될 전망이다. 즉, 리사이클링 산업에는 “지금 당장 처리해야 하는 제조 스크랩”과 “중장기적으로 급증할 EOL 물량”이라는 두 개 의 서로 다른 파도가 연속해서 밀려온다.
이 파도를 제대로 타지 못하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첫째, 핵심 광물(리튬·니켈·코발트 등)에 대한 가격 변동성이 커지고 지정학적 리스크가 확대된다. 둘째, 처리 지연과 비효율적 공정 선택은 막대한 환경적 외부비용(온실가스, 폐수, 불소계 부산물)을 남긴다. 셋째, “배터리급 품질”을 만족하는 재생 원료의 안정 공급이 흔들리면, 셀 제조사는 리사이클링 자재의 사용을 꺼리게 되고, 그 결과 순환경제의 선순환 고리가 끊어진다.
본 칼럼의 문제의식은 분명하다. “무엇을, 언제, 어떤 품질로, 어떤 공정 조합으로” 재활용할 것인가? 산업적 현실(혼합 피드, 다양한 팩 설계, 지역 정책, 물류 제약)을 직시하면서도, 기술적 지향점(백투-셀, 저환경부하, 낮은 에너지·시약 소비)을 놓치지 않는 실행 가능한 전략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 리사이클링의 전체 흐름—전처리, 산업화된 제련·습식 공정, 개발 중 고도화 공정(직접재활용·업사이클링·대안 용매 및 보조장)—을 연결된 서사로 재구성하여, 기술·경제· 환경(TEE) 관점에서 의사결정의 핵심을 도출한다.